2011년 11월 16일
1207 아직도 기억난다
정확하게 몇살때 였는지 모르겠다
설인지 추석인지의 귀성길이었고
차가 그다지 많지 않은, 늦은 밤 고속도로 위였다.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형은 뒷좌석에 누워서 잠을 잤고
어머니는 조수석에서 과일을 깎고 계셨고
나는 그 과일을 먹으면서 아버지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대학생 시절의 추억이었는지
신입사원 시절의 이야기였는지
혹은 성적이 많이 올랐다는 친구 아들 이야기였는지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도중에 문득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아버지께서 물으셨다
나는 그 때
시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어린 나에게 세상은
노래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으므로
그 때 아버지는 고개를 저으면서
그 것도 좋지만, 그건 취미일 뿐이라고
그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 때 실망했지만
반대하지도 않았다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대답했고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꿈꾸는 것 만으로 행복할 만큼
어리진 않았던 모양이지만
그렇게 뒤켠으로 미루어버린 꿈은
그 뒤로 십 몇년동안 내 뒤를 가만히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
글에 대한 욕망과 미련이 남아
애써 '취미'라는 울타리 안에 가두어 두고
현실을 좇느라 바둥거리느라
여기까지 떠밀려 왔지만
어느날 문득 피로와 좌절에 젖어
오늘처럼 고개 숙인채 걷다 보면
발 아래 조용히 따라오는 그 것이 보인다
이젠 꿈이라고도 할 수 없을
옅은 그리움의 그림자
한 마디 변호조차 못해줬던 그 날 이후로
그렇게 따라붙는 그 그림자가
아무 것도 부정하지 못하고, 다만 그리워서
바라보는 내내 가슴이 젖는다
# by | 2011/11/16 23:46 | ...................耳 | 트랙백 | 덧글(3)



